호모포비아
일요일 오후, 무료하게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영화를 보러 외출했다.
타의로 예매한 영화가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이 찍은 동성애가 소재인 영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었고, 두 사내가 양떼를 몰고 방목을 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화면 한가득 펼쳐지는 광활한 풍광과 양떼들의 모습.
푸른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화면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기습처럼 이어지는 정사씬.
나도 모르게 몸이 뻣뻣해지고 불편함이 엄습했다.
그저 영화일 뿐인데, 왜 그렇게 외면하고 싶은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장면이 나올때마다 불편한 숨을 들이켰다.

학창시절에 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으로 동성애가 공론화 되었다.
요즘에야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쇼킹한 일이었는데,
우연찮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반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그때 본 그들은 지극히 평범했다.
뒷모습의 촬영만 허용하는 그들을 동정했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성애도 그들의 선택이며,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고작 영화를 보면서 불편해 하고 있었다.

이성과 감성의 간극은 내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by cornucopia | 2006/03/13 22:28 | 자유게시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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