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가격의 비밀
[20060302] 경제학 콘서트
저자: 팀 하포드

난 학창시절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열렬한 팬이었다. 파운데이션과 로봇 시리즈에 홀딱 빠져서 밤잠을 줄여가며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구의 존재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머나먼 미래의 인류는 은하 제국을 수립하는데, 이 은하 제국의 흥망을 둘러싼 암투와 모험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야기의 거대한 규모 못지 않게 치밀한 세계관도 매력적인데, 로봇3원칙, 로봇 심리학자, 심리 역사학과 같은 개념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제시되어 있어서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왔던 것은 해리 셀던이라는 심리 역사학자의 존재다.

심리 역사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으로서, 인간의 행동을 비롯한 모든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이 개념에 입각하여 해리 셀던은 은하 제국의 멸망과 장기간의 혼란기를 예언하고 이 혼란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근사한 직업인가! 나는 심리 역사학자라는 직업이 실제로는 없음을 매우 아쉬워했었다.

만약 아시모프가 심리 역사학자라는 다소 부적절한 단어 대신에 심리 경제학자 또는 역사 경제학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나는 당연히 경제학을 전공했을 것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인 경제학은 심리 역사학에 가장 근접한 학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학 콘서트는 그런 나의 생각을 증명하는 책이다. 스타벅스, 슈퍼마켓, 출퇴근, 중고차, 주식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소재의 이면에 숨어있는 원리를 하나씩 들춰보고 이것들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짜릿하다.

이 책의 한계이자 미덕은 주류 경제학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근거해서 개방형 경제가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이득이라는 주장은 쉽게 수긍할 수 없었지만, 노동력 착취 공장이 후진국 국민들에게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는 주장은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로 색다른 깨달음의 계기였다.

<감칠맛 나는 구절>

만약 물건을 싸게 사고 싶다면 싼 가게를 찾으려 하지 말고 쇼핑을 싸게 하라. 비슷한 물건은 대개 가격도 비슷하다. 값비싼 쇼핑을 하게 되는 이유는 '나쁜 가격'을 제시하는 가게에서 쇼핑을 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높은 마진을 붙인 물건들을 무관심하게 고른 결과다. (P.70)

노동 운동가들은 개발도상국가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곳의 노동시간은 길고 임금은 형편 없다. 하지만 노동력 착취 공장은 충격적인 지구촌 가난의 징후이지 원인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그곳에 자발적으로 갔다는 사실은 그 대안이 더욱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P.309)
이글루스 가든 - 좋은 책 함께 나눠 읽기.
by cornucopia | 2006/03/02 22:30 | 독서일기 - 경제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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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una at 2006/03/03 16:00
아시모프를 아직까지 못읽어봤는데 며칠전 어쩌다가 검색을 해보게 되었어요.
뭘 볼까 하다보니 느무느무 많아서 ㅠ.ㅠ;
연작말고 짧은 걸로 한권만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꾸벅)
Commented by cornucopia at 2006/03/03 22:28
로봇1권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로봇도 파운데이션 처럼 연작이긴 하지만 각 권이 완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권만 읽으셔도 되거든요.
하지만 1권을 읽으시면 2권도 연이어 보고 싶어지는 부작용을 조심하셔야 되요~ ^^
Commented by yuna at 2006/03/08 20:20
고맙습니다. 위시리스트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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